아름다운 언니 밑에서 어머니의 끊임없는 구박을 받으면서도 결혼보다 지질학에 관심을 쏟는 것으로 자존심과 자부심을 키워 온 미네르바. 게다가 언니는 외모만큼 아름다운 성품을 지녔으니 미네르바는 시기와 질투가 아닌 찬탄과 보호 욕구로 가득 찰 수 밖에요. 그런데 어디서 굴러들어온 바람둥이가 언니에게 결혼을 신청할 기세니, 미네르바는 언니의 행복을 위해 그와 담판을 지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로 인해 자신의 평판이 박살나더라도 말이죠.콜린은 마차사고에 갇혀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던 트라우마로 인해 어두운 곳에서 혼자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깜깜한 밤중에 혼자 네모난 공간에 '갇혀' 있어야 하다니, 생각만으로도 숨이 가빠오는 걸요. 그러나 사람이 잠을 자야 살 수 있으니 방법이 뭐가 있겠습니까. 밤이면 밤마다 여자를 찾아 헤메는 거죠. 여자만 있으면 쾌락과 수면이 함께하는 밤이라니, 인생 별 거 있나요. 평판이야 발에 채이건 절벽에서 떨어지건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그는 미네르바의 언니와 결혼할 마음이 추호도 없지만, 그렇다고 그냥 '생각 없으니 걱정마셈'이라고 순순히 말하기는 재미가 없단 말이죠. 자신과 같은 방에 있을 때마다 말싸움을 벌이는 두뇌회전 빠르고 명랑한 아가씨가 한 밤중에 혼자 찾아와 '언니랑 결혼할 마음 없다고 해!'라고 강요하는 게 매일 있는 일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쉽게 시작한 일이 어째서 이 아가씨와 스코틀랜드로 둘이서 길을 떠나는 결과를 낳게 된 건지, 콜린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이 아가씨는 분명 똑똑한 줄 알았는데 말이죠.
총평: 이 정도면 재밌네.
아가씨는 합리적이고 청년은 명랑하다. 적당한 복선에 깔끔한 전개, 무리하지 않는 수준의 코메디와 드라마로 뒤끝없이 읽을 수 있었음. 장대한 멜로드라마는 아니지만 어이가 하늘로 사라지는 슬랩스틱 코메디도 아니며, 잘 짜인 구성으로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면서도 로맨스가 처지지 않는다. 아주 강렬하지는 않지만 적당한 수위를 갖추고 있으며, 2012년 독자가 로맨스에 바라는 수준의 캐릭터와 세련됨을 두루 갖췄다. 담백하고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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