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제대로 읽은 건 하나 밖에 없다. 베네치아 공화국 이야기였는데, 시오노 나나미의 책이 처음 번역되어 나올 즈음이었다(지금도 그 책이 있는지, 아니면 이름이 바뀌어서 새로 찍혔는 지는 잘 모른다). 일본 작가의 책이라고 하면 나는 대충 스타일을 짐작하고 읽는 경향이 있는데, 그 책도 내 편견을 강화했지 순화시키지 못했다. 즉 산만하고, 주제가 뭔지 잘 모르겠고, 이것저것 중간 쯤만 건드리다가 간접적으로 다 아는 좋은 소리를 하면서 끝낸다. 이건 경제서건 역사서건 심지어 소설이건 간에 공통적으로 내가 갖고 있는 일본 책에 대한 편견이다.
그 다음에 저 로마인 이야기가 그야말로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는 격언이 특히 책에 있어서 얼마나 잘 통하는 얘기인지를 경험하던 나는 시오노 나나미라는 이름만 보고도 그냥 지나갔다. 참 대단하게 별 것 아닌 책이 잘도 팔리네, 저 책 수능 교재에 포함되어 있는 책인가, 시리즈가 길수록 잘 나간다는 말은 또 처음 듣네, 뭐 기타 등등 그런 식으로 코웃음만 쳤던 것이다.
그리고 정독에서 다독으로 책 보는 스타일이 바뀌면서 다시 한 번 시험삼아 이 책을 들었는데, 아이구 맙소사.
나는 이 책이 왜 이렇게 잘 팔리는 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팔리게 내버려 둔다는 게 짜증난다. '그런 게 아닐까', '그러하다고 생각된다', '그랬어야 했다'...사실과 짐작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 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역사관이라고 하기도 뭣하고 격언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대체 뭘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손도 댈 수 없는 수많은 논평은 물론 재미있다. 하지만, 그 독설의 바닥에 있는 사실 만큼은 제대로 확인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정독할 수가 없는 책. 좀더 솔직하자면, 믿을 수가 없는 책. 이 책 읽고 로마사를 안다고 하면 어디가서 돌 맞아도 할 말이 없겠다. 시오노 나나미는 처음부터 밝혔어야 했다-'이 책은 사실에 근거를 두었으나 본질적으로는 다큐멘터리 픽션입니다. 저자는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법적 책임이 없습니다'. 대체 왜 이 책은 역사 <소설>로 분류되지 않는 거지?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