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 noon (노라 로버츠 Nora Roberts, 2007)


 St. Patric's day에 죽으러 가겠다는 놈은 날을 잘못 잡아도 단단히 잘못 잡은 게 아닐까요. Phoebe는 자기 집 베란다에서 퍼레이드를 벌이는 군중을 널널하게 구경하겠다는 계획을 몽땅 무시한 채 호출을 받자마자 급히 출동합니다. 초록 티셔츠에 샌들은 프로페셔널한 경찰 소속 협상자(negotiator)로서는 영 불안한 옷차림입니다만, 자살하겠다고 이런 날 설치는 게 나쁜 놈이죠. 대충 보니 한심한 인생 하나 났습니다-도박벽 있는 가난한 남자에 부인은 그 버릇 못 고치면 이혼이야!라고 집을 나가고, 도박하다 직장 상사에게 걸려서 해고당하고 게다가 직장에 붙었던 집이라 이사까지 해야 하네요. 그렇다고 집 옥상에 올라가서 권총을 휘두르는 게 답은 아닐 텐데요.

 Duncan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자책에 자책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도박벽이 있는지도 몰랐던 종업원이 현금을 슬쩍 하던 걸 발견해서 그 자리에서 '해고야! 방 빼!'를 외쳤는데, 그 화상이 옥상에 올라가서 자살하겠다고 난리칠 줄은 몰랐죠. 말이라도 들어줄 걸, 아 부인이 집을 나갔을 줄이야 몰랐지. 죽으라고 몰아붙인 게 아니라니까? 전화기에 대고 '다 내가 잘못했다, 내려오면 다시 얘기해 보자'라는 말을 끝없이 반복하고 있습니다만, 영 진도가 안 나가는 와중에 눈에 확 띄는 붉은 머리가 갑자기 등장하셔서 상황을 장악해 주십니다. 와. 취향이다.

 프로페셔널 협상자로서 무서울 게 없는 줄 알았던 Phoebe. 12살때 인질로 잡힌 집안에서 남동생과 어머니를 구해 낸 재능있는 경찰이자 광장공포증의 어머니를 돌보면서 수입에 비해 턱없이 돈이 들어가는 저택을 관리하는 싱글맘입니다. 종업원에게 변호사까지 붙여주고 다음 날 Phoebe에게 찾아가서 술 한 잔, 30분의 약속을 받아낸 Duncan과 두 번 데이트를 했는데, 갑자기 경찰 건물 내에서 폭행을 당하게 되는 군요. 집 앞에는 마치 예고처럼 피에 물든 인형이 놓여져 있었구요. 어머니의 공포를 자극하는 상황을 참을 수 없던 그녀는 Duncan에게 연락을 취합니다....

 여주인공의 직업상 In Death 시리즈를 어쩔 수 없이 연상하게 됩니다만, 분위기가 한층 밝네요. Duncan의 덕입니다. 1억 5천만 달러(!) 복권의 주인공을 누가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게다가 Roark보다 농담도 잘 하십니다. 디즈니 월드에 따님 모시고 갈 테니 따라오면 표는 사 주지, 라는 남자를 어쩌겠습니까. 노라 로버츠는 항상 술술 읽히는 작가입니다만 저는 In death 만큼이나 이 작품이 마음에 듭니다. 여전히 스릴러 쪽은 그냥 그렇지만 주연과 조연들의 캐릭터가 살아 있어요. ....모르죠, 들인 돈이 많으니 마음도 가는 것일지도...(;). 하드커버 라지 프린트, 700페이지.

by 리스 | 2008/07/01 01:30 | Review-원서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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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andmeer at 2008/07/01 18:01
오 재미있어 보이는데요. 노라 로버츠는 워낙 다작의 작가라 재미있는 게 있는가 하면 정말 공식과 단어의 나열로 만들어졌다 싶은 작품도 있어서 고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리스 at 2008/07/02 00:52
노라 로버츠가 오랜만에 현대물에서 좋은 걸 썼어요^^
Commented by Abby at 2008/07/01 18:10
노라 로버츠는 무슨 책부터 읽어야 할까요 ? ^*^
Commented by 리스 at 2008/07/02 00:25
할리퀸 빼고 아무 책이나 집으셔도 됩니다^^;; 설정과 성격은 다른데 중간 이후로 가면 다 비슷하다는... 개인적으로는 마녀 시리즈가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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