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perfect rose (메리 조 푸트니 Mary Jo Putney, 1998)


 보면 볼수록 새록새록 '잘 쓴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작가가 있습니다. 처음 볼 때는 그냥 평범하고 진부하게 보이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어, 어, 어' 하다가 그만 끌려버리는 종류의 작가들이죠. 메리 조 푸트니는 그런 작가들의 대표 주자입니다. 처음 볼 때는 '이거 뭐 이리 신사 숙녀들(그것도 착해 빠진)의 향연이냐-'라고 반쯤 비웃으면서 시작하는데, 읽어 나가면 나갈수록 작가의 내공이 만만치 않음에 감탄하게 되는 스타일. 큰 감동이나 놀랄 만한 재치는 없지만, 그야말로 건실하고 빠짐없이 필요한 요소를 적절히 섞어서 말끔한 작품을 만들어 냅니다.
 
 이 작품은 바람 속의 무지개(Shattered Rainbow)의 후편으로, 넓게 보면 fallen angel 시리즈의 하나입니다. 메리 조 푸트니 특유의 striking material, 이번에는 둘 다 상처한 widower와 widow의 만남으로 설정하셨군요. 게다가 남자는 살 날이 3개월 밖에 안 남았다는 선고를 받은 상태. 그 충격으로부터 회복될 시간을 벌고자 도망치듯 혼자 여행을 떠난 공작님은 로잘린드(Rosalind)라는 유랑 극단 시골 여배우의 매력에 이끌리는데(제목의 rose는 이 여주인공을 암시합니다), 그 현격한 신분의 차 쯤은 motally illness라는 설정으로 인해 독자들에게 별로 눈에 띄지도 않게 되겠습니다. 심지어 주인공인 스테판이 청혼하는 장면에서 (나이는 좀 있지만) 잘 생기고 돈 많은 공작과 집 한 채 없이 떠돌아다니는 여주인공과의 결혼인 데도 '여자가 손해야...-_-'라는 느낌까지 주는 데 성공하시니, 이것은 순전히 작가의 힘.

 여자의 태생과 남자의 회복에 대한 반전은 갑작스럽고 심지어 엉뚱한 느낌조차 주나 로맨스를 사랑하는 독자로서는 용서할 만한 수준입니다. 캐릭터들의 감정 흐름은 기본적으로 탄탄하고, 가끔은 놀랄만큼의 직관을 제공하네요. 신파조로 흐를 스토리인데, 노력해도 신파가 안 된다는 것이 이 작가의 장점이자 단점.

 전작 Shattered Rainbow('바람 속의 무지개')와 함께 메리 조 푸트니 작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작가, 그려내는 캐릭터는 제법 많이 소박한데, 배경은 줄줄이 공작, 백작, 남작에다 전쟁과 스파이에 매춘 및 알콜 중독까지 등장하시는 실정이니(남색도 있었군요, 그러고 보니;) 이 작가의 취향이 화려함인지 단순함인지 정확히 파악이 안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섞이기 어려운 저 두 가지 요소를 완벽주의 모범생처럼 깔끔하게 버무려내는 솜씨는 가히 대가. 언제 어느 때 무슨 책을 들어도 무난하게 읽히는 수준의 작품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믿을 수 있는 작가'라는 찬사를 바치고자 합니다.

by 리스 | 2008/08/19 01:23 | Review-원서 | 트랙백 | 덧글(4)

배트맨 비긴즈 (2005)


 크리스찬 베일 하나만 믿고 갔는데, 의외로 조연들의 이름값이나 연기들이 하도 압도적이어서 정말로 즐겁게 본 영화^^

 - 배트맨 중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배트맨이 아닐까- 크리스찬 베일. 저 작은 얼굴에 어쩌면 저런 몸매가! @_@
 - 영화 보는 내내 '아~ 멋져~'라고 생각했던 배트맨의 개인 교사- 그 이름도 유명한 리암 니슨. 죄송해요, 몰라 봤어요;;
 - 배트맨 어느 시리즈에서나 멋지고 다정하지 않으십니까- 알프레드, 마이클 케인. 새콤달콤한 말투가 정말로 영국인 집사의 전형이셨습니다^-^
 - 몇 컷 나오지도 않았고 역할도 그저 그랬지만 웬지 정이 갔다- 게리 올드만. 눈이 안 믿긴다.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게리 올드만님이란 말씀이십니까?;;;; 레옹에서 그토록 악독하게 나오셨던 형사님께서 어떻게?;;;; 
 - 역시 많이 나오지 않으시지만, 서있기만 하셔도 그림이십니다- 모건 프리먼. 
 - 악역인데, 안경 멋으면 어쩜 이리 아이돌 삘이! - 메디슨 닥터, 크레인 박사역의 킬리언 머피. 눈이 정말 예쁜데, 표정 연기조차 죽여줍니다. 
 - 조역 중에서 제일 눈에 안 띄였다- 레이첼 도스 역의 케이티 홈즈. 이것은 동성이라서일까? ^^; 

 앞 부분 3분의 1정도는 굉~장히 음침하고 폭력적인데, 뒷부분으로 가면 갈수록 좋아짐.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배트맨은 정말로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상대역으로 말할 것 같으면, 배트맨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악역이 아닌가! 리암 니슨, 정말 멋지다 ㅠㅠ 로맨스조차 깔끔하게 맺어주셔서, 시리즈의 첫 부분이라는 역할에 매우 잘 들어맞았던 영화.  

 스토리나 연기나 화려한 배경까지 세련되기 이를 데 없다(딱 하나, 훈련 중의 사무라이 삘은 좀 웃기지만;). 쌈박하게 즐길 수 있음! 

by 리스 | 2008/08/14 23:09 | Review-영화&드라마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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