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8월 19일
One perfect rose (메리 조 푸트니 Mary Jo Putney, 1998)

보면 볼수록 새록새록 '잘 쓴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작가가 있습니다. 처음 볼 때는 그냥 평범하고 진부하게 보이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어, 어, 어' 하다가 그만 끌려버리는 종류의 작가들이죠. 메리 조 푸트니는 그런 작가들의 대표 주자입니다. 처음 볼 때는 '이거 뭐 이리 신사 숙녀들(그것도 착해 빠진)의 향연이냐-'라고 반쯤 비웃으면서 시작하는데, 읽어 나가면 나갈수록 작가의 내공이 만만치 않음에 감탄하게 되는 스타일. 큰 감동이나 놀랄 만한 재치는 없지만, 그야말로 건실하고 빠짐없이 필요한 요소를 적절히 섞어서 말끔한 작품을 만들어 냅니다.
이 작품은 바람 속의 무지개(Shattered Rainbow)의 후편으로, 넓게 보면 fallen angel 시리즈의 하나입니다. 메리 조 푸트니 특유의 striking material, 이번에는 둘 다 상처한 widower와 widow의 만남으로 설정하셨군요. 게다가 남자는 살 날이 3개월 밖에 안 남았다는 선고를 받은 상태. 그 충격으로부터 회복될 시간을 벌고자 도망치듯 혼자 여행을 떠난 공작님은 로잘린드(Rosalind)라는 유랑 극단 시골 여배우의 매력에 이끌리는데(제목의 rose는 이 여주인공을 암시합니다), 그 현격한 신분의 차 쯤은 motally illness라는 설정으로 인해 독자들에게 별로 눈에 띄지도 않게 되겠습니다. 심지어 주인공인 스테판이 청혼하는 장면에서 (나이는 좀 있지만) 잘 생기고 돈 많은 공작과 집 한 채 없이 떠돌아다니는 여주인공과의 결혼인 데도 '여자가 손해야...-_-'라는 느낌까지 주는 데 성공하시니, 이것은 순전히 작가의 힘.
여자의 태생과 남자의 회복에 대한 반전은 갑작스럽고 심지어 엉뚱한 느낌조차 주나 로맨스를 사랑하는 독자로서는 용서할 만한 수준입니다. 캐릭터들의 감정 흐름은 기본적으로 탄탄하고, 가끔은 놀랄만큼의 직관을 제공하네요. 신파조로 흐를 스토리인데, 노력해도 신파가 안 된다는 것이 이 작가의 장점이자 단점.
전작 Shattered Rainbow('바람 속의 무지개')와 함께 메리 조 푸트니 작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작가, 그려내는 캐릭터는 제법 많이 소박한데, 배경은 줄줄이 공작, 백작, 남작에다 전쟁과 스파이에 매춘 및 알콜 중독까지 등장하시는 실정이니(남색도 있었군요, 그러고 보니;) 이 작가의 취향이 화려함인지 단순함인지 정확히 파악이 안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섞이기 어려운 저 두 가지 요소를 완벽주의 모범생처럼 깔끔하게 버무려내는 솜씨는 가히 대가. 언제 어느 때 무슨 책을 들어도 무난하게 읽히는 수준의 작품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믿을 수 있는 작가'라는 찬사를 바치고자 합니다.
# by | 2008/08/19 01:23 | Review-원서 | 트랙백 | 덧글(4)







